가을,樹木(수목)의 노래 / 은솔 문 현우
갑자기 싸늘하여진 대기와 트인 視界는 나를 걷잡을 수 없는 허무의 늪으로
밀어넣었다.
개울에는 날로 차가와지는 물 위로 한여름 동안 영화로왔던 나의 분신들이
멀리 떠내려 가거나 그 속으로 가라앉았다.
바람이 슬픈 풀짐승의 울음 소리를 몰아올 때마다 나의 잎사귀들은 우우 아우
성치며 숲 속으로 몰려갔다. 대체로 가을의 빛깔들은 슬픈 색 뿐이다
슬픔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상실과 결별, 그리고 잊혀져간다는 사실로부터 일게다.
밝고 투명한 달이 나의 가지 위에 내려앉던 날 어디론가로 이동하는 철새의
무리들이 아득히 머리 위를 휘젓고 지나갔다.
한계 상황 모든 존재들이 이루려던 형상과 형성된 기간 동안 유보되어있던
비존재와 불가역의 세계 속으로 옮겨가야함을 깨닫게되는 것은 차가와지는
기온 때문일까?
나도 나의 생명의 3차원적 상황을 극복하고 다른 세계에서 완성할 준비를
해두어야겠다.
이 미완의 상태에서 나도 불완전한 생명임을 자각한다
그러나 나는 확신할 수 있는 하나의 신념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달과 별과 해는 나를 경유하지 않고는 하루를 맺을 수 없으며
천구의 중심인 저멀리 북극성은 항상 나의 머리 위에서 나에게
그것을 확신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 이것을 자각하게 되는 날 우리는 모두
동일한 공간-일치된 공간 속에서 잠시의 혼란된 감각으로 我와
非我를 구분짓고 가까이 있는 것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에 불만하여
얻기 어려운 저 멀리의 어떤 것들을 그리워하는 속성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존재로서의 꿈과 비존재로서의 꿈을 동시에 지니며 매해의 가을
그러했듯이 나는 나의 기공과 뿌리를 굳게 닫고 잠시 소원해진 태양과
대지와의 연계를 중단하고 두꺼운 표피를 뒤집어쓴 채 생존과 사멸의
명상을 하며 지금은 여기 이렇게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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