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 자작시♧ 1575

독 백

독 백 / 은솔 문 현우 꿈꾸듯 살아가는 일이란 그다지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갈증을 실현하고픈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는 것 그러나 정작 목마른 내 영혼은 때로 절망을 껴안고 절벽으로 투신한다 세상은 왜 그리도 냉정하게 좌절만을 가져다주는가 마른 기침이 정박해버린 각혈하는 심연의 안타까움 피맺힌 손 끝으로 무엇을 지으랴 되풀이하여 짓고 부수는 해머 소리 밤의 끝 사위어 하얗게 치솟아도 늘 백지로 비어있는 공간 산다는건 어쩌면 짓는 일이 아니라 무너져내린 것들 어루만지는 일 내려앉은 가슴 한켠에서 무시로 자라는 그리움을 보며.

뎃 상 Q

뎃 상 Q / 은솔 문 현우 그대 보았는가 비가 내리는 저녁 도심의 언저리에서 흩어지는 비안개 속 조각난 기억의 아른거림을, 어둠처럼 번지어가는 우리네의 박제된 삶의 편린(片鱗)을. 언제부턴가 멀어져가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있던 흔들리는 사랑의 멀미 속에서 습관처럼 익숙해져버린 체념과 미련은 마주할 수 없는 시간을 낳고 점액질의 구역질, 내 영혼의 길모퉁이에 서서 각혈질의 고통을 토해내는 生의 아프락싸스. 마비되어버린 육신은 통증을 마다하지 않고 흐느적거리는 연체동물인양 수초의 움직임을 닮아가는데, 그대,태양을 향해 선 나무로 화판을 수놓아가지 않으려나. 

그리움은 깊어가고

그리움은 깊어가고... / 은솔 문 현우 오늘따라 그대가 이렇게 생각남은 어인 연유인가 창 밖 회빛 하늘을 이고 저멀리 그리움만큼한 당신의 초상 보고픈 사람의 온기가 스며있을 것같은 사진 속의 미소짓는 모습 부서져내리는 숱한 의미와 사념의 부스러기들 나는 의도적으로 그대를 그리워했던가 나도 모르게 사랑한 것일까? 짙은 보고픔을 어루만지는 그리움의 성긴 응고체 이렇게 혼자서만 용해시켜야할 그대와 나, 나와 그대의 먼 강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