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 2022. 1. 29. 07:27

 

         

 

            잉   걸  불

       

                -은솔 문 현우-

       

       

           활활 타는 불옆,
           빙글빙글 돌아가는 녹로대에서
           진흙 반죽으로 잘 빚어진 옹기는
           속도감을 느끼지 못할만큼
           지축의 구심점을 향하여 돌아가고
           이마의 땀을 흙과 유약으로 범벅이 된
           손으로 스윽 문지르고
           도공은 이글거리는 잉걸불에
           광기어린 눈빛의 소나타처럼
           항아리를 처넣는다.

           지방질의 염분,각막(膜幕)의 바다에 퍼부으며
           빚어내던 예술가의 피의 결정체는
           장작불의 활활 타는 야망으로
           무수한 파괴주의 해머질의 사신(死身)을 낳고
           흩어진 시간을 주워모으는 손의 떨림,
           다시 타오르는 광휘(光輝).

           (평생을 두고 날카로운 비상(飛翔)을 꿈꾸어오던
           늙은 도공의 恨이 점토질에 새겨진 새의 모습을 안고
           승천(昇天)하던 날 가마솥이 뱉어낸 칠순의 형상엔
           오천 년 역사의 진한 피가 잦아들었다.)

           이젠 내 차례야,신앙처럼 구워야하는 재벌구이는
           흔해빠진 습작거리가 아니야.
           도공의 입에서 흘리고간 말이 비수처럼 머리를 스치고
           잉걸불은 반역(反逆)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 잉걸불-활활 타는 (장작)불을 뜻합니다.

                  이 시는 제가 1993년7월, 월간 시문학에 우수신인상에 응모하여 당선,
                  등단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