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 자작시♧

늪으로 부는 바람

이카루스。 2023. 5. 29. 08:24



      늪으로 부는 바람


      -은솔 문 현우-
       


      도심의 변두리에서 서성이던 바람
      밀려드는 후미진 숲으로
      정오를 지나면서 불어온다

      햇살마저 무더기로 익사(溺死)하여
      수렁 위로 일렁이며 가로눕는 바람
      저 멀리 휴전선 너머 갈대 숲을 흔들던
      기억은 아랑곳없이 흙먼지 일으키며
      사막에서 일어나는 회오리인 양
      태양빛이 차단된 늪을 마구 두드린다

      수렁 속에서 침몰해가는 햇살
      고층 건물 유리창에서 반사되던
      비밀을 응집시킨 기억을 되새기며
      흔적도 없이 묻히고 만다

      평온할 수 없는 침묵의 늪마다
      썩어가는 물고기의 시신
      반쯤 허물벗은 번데기
      문명의 혜택으로 물려받은 녹슨 잔해들
      끊임없이 세월의 커서를 조른다

      며칠 동안 주변에서 서성이는 바람
      마침내 어두운 사각의 늪지대 위로
      애벌레를 벗어난 나비가 날아도
      음습한 수풀과 이끼 사이로
      갈대들은 귓속말로 소곤거리고
      후미진 바위 사이를 지나오더니
      바람은 여전히 늪으로 떠돌며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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