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은솔 문 현우
나는 한 송이 꽃이고 싶었다
찬바람 부는 엄동설한
꼿꼿이 서있는 대나무가 되거나
눈 내리는 겨울의 끝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매화이고 싶었다
창 밖은 사뭇 휘몰아치는 눈발
벗은 나뭇가지들 움츠리고
찬바람 속에 흐느끼며
개화의 훈풍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안아야 피어나는
애처로운 꽃
언젠가는
화사한 장미나 향기로운 난초보다
아무도 없는 호반에 조용히 피어나는
수선화가 되고 싶었다
또는 달밝은 밤에 홀로 피어나는
한 떨기 달맞이꽃이고 싶었다
때로는 벌과 나비의 사랑보다는
야수의 포효와 찬이슬
스스로 받아들이는
야성의 무명화로 남고 싶었다
훈풍 속에 활짝 피는
내 마음의 그 날을 기림하며
오늘도 호숫가에서
진한 울음을 간직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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