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서/청송 권규학초가을, 들길을 걷는다 윤달의 그 지독한 뙤약볕을 감내하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결실을 맺는 가을이 풍기는 향기가 사뭇 상큼하다 과수원의 사과도 밭둑 가장자리의 대추도 마당 울타리의 감나무, 석류나무도 제각각 볼그랗게 열매를 매단다 매운맛을 품고 살아야 꽃 한 송이라도 피울 수 있는 걸까 파란 고추도 끝내 참지 못하고 붉은 빛깔 속울음을 쏟아낸다 풀꽃은 풀꽃의 모습으로 나무는 또 나무 본연의 모습으로 풀벌레와 새들과 숲에 사는 동물들까지 제 모습을 찾으려는 안간힘이 대견하다 이 가을에 나는 무엇을 하며 지낼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다른 그 어떤 상처보다 깊다기에 그저 들녘을 거닐며 가을을 느끼고 싶을 뿐.(17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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