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목 』/ 은솔 문 현우
잿빛 하늘 아래
웅크리고 선 나목
깨벗은 채로
살 에이는 바람 맞으며
한기를 묵묵히 삼킨다
옷을 벗을수록 더욱 고독해지리라
적막 뿐인 겨울
일광에 찬연히 피어났던 설화들은
스르륵스르륵 발치에 떨어져내리고
피치카토 음향같은 겨울바람
유리막대 부러뜨리는 듯한 소리가
대지 위를 굴러다닌다
삭풍이 할퀼 때마다
표피는 응축되고 균열되지만
겨울은 매번 단단하게 하는
시련에 불과하다
목질부 깊숙한 곳 태양의 씨앗으로
봄을 기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