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시♧

[스크랩] 연탄 길

이카루스。 2019. 3. 11. 12:57

    연탄 길 채린(綵璘) 언 땅이 봄 내음을 마신 탓인지 제법 질퍽하다 꿈쩍도 안 할 것 같더니 어느덧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오가는 사람들을 엉덩방아 짓게 만들고 있다 소낙비가 한 참 퍼부어도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시치미를 떼는 포장된 땅들 야트막한 언덕배기 응달진 곳에 군데군데 연탄재가 깔렸다 엉덩방아 짓지 않게 오가는 행인을 배려해서 일 게다 추운 겨우내 안방 구들을 달구었을 톡톡한 효자들 난방이 연탄에서 기름보일러로 바뀌더니 다시 연탄으로 바뀌는 시대 어쩌면 우리 모두 겨울 땔감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아궁이를 막고 연탄을 들여놓던 날의 환호성 어찌 잊을 수 있으리 집집마다 내놓은 길가 연탄재들 눈이 오면 범벅이 되어있던 길 그 길이 그리운 것은 내가 이만큼 시계를 돌려놨기 때문일까 먼 신작로 사이 연탄을 실은 구루마가 몽유병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출처 : 선인장,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계...
글쓴이 : Cactus。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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