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가 138 』 / 은솔 문 현우
이렇게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밤이 오면
당신의 눈망울처럼 까아만 어둠이 몰려오고
언젠가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 날의 설레임처럼
가슴은 방망이질 하는 듯 뛰고
어디선가 멀리 호흡하는 당신의 숨소리
달콤한 숨결이 밤의 대기 중에 실려온다.
지금은 어느 별 아래
당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고요한 해변가에 황망히 어기적거리는
게가 되길 꿈꾸었던
프루프록의 숨겨진 욕망과 흡사한
나의 혈관 속을 흐르는 뜨거운 피는
당신을 갈망하고
원시의 숲을 달리는 솟구치는 열정은
이미 식어버린 체온을 닮은
우리의 만남 위로 쏟아져내리면
벽의 괘종시계는 25시의 종착역을 알린다.
허공에 남아있는 숱한 한숨의 흔적이
뱉어낸 무수한 폐세포의 파괴물 담은 회한에 휩싸이면
나는 어느 기억이 머물다간 거리를 방황하는가
막차도 떠나버린 밤의 플랫포옴에서
쓸쓸히 걸어나오는 한 이방인의 모습에서
계절만큼이나 차가운 고독을 느낄 때
문득 한 아뜨리에에서 본 초상화가 생각난다
당신을 닮은 그림 속의 여인은
불면의 밤을 낳고
내 손에 묻어나는 공허한 언어의 유희로
나를 이끌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