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화 /은솔 문 현우
빛바랜 판화가 걸려있는 내실
비오는 날이면
화폭 속의 검은 잉크가
벽면으로 번져 집 전체를 물들이고
나는 웨스트라이프의 노래를 들으며
한 폭의 풍경 속으로 젖어들게 될 것이다
가슴마다 자리잡고 있는
붙박이의 흔적들 지닌 채
그렇게 조용히 숨쉬고 사는지 모른다
아니면 뼈마디에 예리하게
날선 판화를 각인하고
푸른 피를 찍어
한 장씩 우울한 터취의 형상을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
쓰라린 칼자국이 문득문득 드러나는
백지 위에서 춤추고있는
푸른 바람의 발자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