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사랑의 이야기 / 은솔 문 현우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나는 신문로에 있는 S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그 애는 이대 뒷문 쪽 근처에 있는 K여고에 다니고 있었다.
고교에 입학해서 나는 문예반에 들었고 그 애도 문예반이었다.
우리는 몇몇 명문 학교 문예반원으로 구성된 '서우(書友 )' 라는 문학서클에 가입하여 여러 번 모임을 가지고 만났다.Y는 대방동에 있는 모 고교 교감 선생의 딸이었다.우리 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서기관 이셨다.
우리는 어떤 계기가 되어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편지를 주고받았다.그 때부터 친구이지만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을 것이다. Y는 고2때 대방동에서 내가 사는 화곡동으로 이사를 왔다-걔는 구종점에 살고 나는 목동사거리와 화곡사거리 중간에 살았다. 고2말이 되자 Y는 아버지가 대학에 가서 만나라고 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우리는 그러기로 했다.
보고싶었지만 편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래면서 우리는 고3이 되었고 바쁘고 힘든 입시생의 1년을 보낸 후(고3때 한두번 정도 만났던 것 같다.우리의 만남의 장소 경복궁에서,,) 걔는 이화여대 신방과에 합격했고 나는 낙방을 해서 재수를 해야했다.
Y의 동네에서 한번 만나서 '재수해도 만나줄거지?'라고 묻자 '그럼~'하고 대답했다.Y는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서 헤어질 때 내 손을 수줍은 듯 살며시 잡곤 했다..
재수 후에 나는 서강대에 합격을 했고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입대해야 했다.당시엔 입대영장이 나오면 늦추거나 바꿀 수 없고 입대를 해야만 하는 때였다.대구 50사단에 입대,4주간 훈련 후 후반기 특수전 요원 훈련을 포천에 있는 13공수 흑표부대(지금은 증평에 있음)에서 6주간 받았다.훈련 후 자대는 1사단 수색대대로 발령이 났다.속칭 x뺑이를 치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 힘든 군생활 33개월(당시 복무기간)을 마치고 제대한 후 복학했다.제대 후 복학하기 전에 화곡사거리 부근 다방에서 걔를 만난게 아마도 마지막 만남이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모종의 사정으로 휴학을 하고 지방으로 가있는 동안 Y는 이사를 갔고 부동산에 그녀의 아버지 성함을 말하고 물어봐도 어디로 이사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졸업을 했고 우리는 연락이 끊어졌다. 나는 럭키금성 그룹(현재 LG그룹)의 한 회사(럭키금성 다동빌딩 소재)에 4학년 2학기에 합격하여 근무를 했다.그러던 중 우연히 회사 홍보팀을 통해 그녀의 이름과 같은 이대 신방과 출신 직원이 옆의 두산 빌딩에 근무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회사옆 2분거리에 있는 두산빌딩을 방문했으나 안내데스크에서 '사보팀에 있다가 얼마전 퇴사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론 영영 소식이 수십년이 두절되어 소식을 몰랐다.Y는 나의 첫사랑이었고 순수하게 깊이,많이 사랑했다,
우린 손만 잡았을 뿐 입맞춤도 못했다. 바보같이,,내가 그 때 키스를 했다면 우린 달라졌을 수도 있었는데,,,너무도 순돌이였던 나는 그러지를 못했고 후회스럽다.걔를 바래다준 어두운 저녁 무렵,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었는데,,,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바보같은 나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며칠전에 꿈을 꾸었는데 걔를 처음으로 꿈에서 만났다.우린 눈물을 흘렸고 여러 얘기를 했고 나는 그토록 바라던 걔와의 첫키스를 했다.
수십년이 지난 첫사랑의 꿈을 꾸다니,,아마 내가 요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가 보다..
지금도 뚜렷이 기억나는 얼굴-우린 경복궁에서 여러 번 만났었고 문학,시,사랑,삶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었다.깊은 의식세계와 문학적 재능을 가졌던 나의 여인...장현의 '나는 너를'과 Donovan 의 'I like you'를 좋아했던,,,슬프도록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 영원히 잊지못할 그녀...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를 '경'(그 애의 마지막 이름으로 편지에 경이라고 둘다 여러 번 썼다)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끝내는 그렇게 연락이 단절된 안타까운 사람,,, 한번쯤 정말로 보고싶은,,,이젠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었겠지,,,그리운 나의 첫사랑이여....
머잖아 무더위도 물러가고 페이브먼트엔 낙엽이 한둘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리라,,,태양의 파편조각처럼 남아있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연가는 허물어져 내리고,,,바람 속에 누워있는 아픔과 그리움...
어느 하늘 아래에 살고있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이 글을 맺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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