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 자작시♧

군무 단상(軍務斷想)

이카루스。 2025. 2. 7. 19:44

 

 

군무 단상(軍務斷想) / 은솔 문 현우

 

찬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어대는 BOQ의 풍경,대대장의 숙소와 옆에 문닫힌 PX ,취사장 굴뚝 연기와 바나(burner)불 소리

구수한 된장국 내음 1종 창고에서 흘러나오는 '모모는 철부지'의 심금을 울리는 음향,

본부중대 행정반 앞에서 집합된 병력들에게 훈시하는 중대장 이윽고 들려오는 소대별 훈련소리 총검술과 태권도 특공무술훈련 저멀리 골대까지 선착순으로 뛰어가는 병사들과 몽둥이 든 교관의 호각 소리,구보로 인솔하는 선임하사의 군화발과 우렁찬 군가 소리

 

방한모 깃을 내려도 스치는 바람은 매섭기만 하고 M16 소총을 잡은 손에 한기가 서려오고,휙휙 지나가는 무성한 갈대는 흔들리고,, '지뢰지대' 라고 쓴 붉은 팻말,앞에서 곡괭이 자루와 삽을 메고 걸어가는 사병들 미군 놈들의 헬로우와 아군부대의 욕설 섞인 빈정거림 ,사격장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사수 거총의 메가폰 소리 우선사격중 좌선사격 끝,

사단 병참에 장비 수령하러 갔던 기억 김 병장의 음담패설 화랑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트럭 위의 대기병 시절,부대 옆 철조망 너머의 밤송이 벌어진 밤과 떨어진 밤,개인호에 배치 엎드려 쏴 사격 자세를 하던 한겨울의 훈련

6XXGP의 화장실 인분내음 철조망 위로 떨어지는 굵은 눈송이 철마는 달리고싶다 녹슨 기관차와 화통 속에서 꿈틀거리던 뱀 SRP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져가는 지이프 차량 저기 멀리 경계총 자세로 선 초병의 어깨 너머로 비치는 석양빛 배구 코트에 걸린 누군가의 카아키색 포제런닝 상황실 너머로 보이는 적의 깃발 침투와 생존 교육 도피 및 탈출 자유대련과 격파 '어잇 와악!'~ 어두워지자 방책선에 켜지는 불빛과 새벽의 대남방송

 

지뢰가 매설된 수색 작전 코스와 전방조 첨병의 불안감 "가까이 있는 죽음의 흔들림." 지뢰밭을 누비며 언제 죽음을 당할지 모르는 생활, 북한 땅이 눈 앞에 보이는 DMZ GP 군사분계선 민간인은 찾아볼 수 없는 비련의 지대. 2중대로 전출가서의 고된 생활-수색매복 작전 총검술 태권도 사격훈련 화목 작업 GP 주위의 제초작업 제설작업 내무반의 뻬치카에 넣을 커다란 통나무를 베어 짊어지고 수색작전 지역에서 1시간반 이상을 걸어 귀대해야하는 힘든 발걸음, 복후 철수할 때면 살얼음이 뽀얗게 덮힌 엠식스틴 총기에 손이 쩍적 달라붙던 새벽의 혹한..소변을 보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추위..

그러나 무엇보다도 생명의 위협을 항시 받고있다는 것- 적과의 교전, 지뢰를 밟아 폭발사고 우려-,, 적 GP와의 최단거리에서 사격을 받으면 목숨을 잃고마는 비정의 비무장지대..혹한의 한겨울, 매복시 설치했던 크레모아를 해체하고 철수하던 매복조를 향해 적진에서 갑자기 사방을 환희 비치는 대형라이트,그 자리에서 땅에 엎드려 소총의 안전핀을 풀고 사격자세를 취한채 수류탄 투척 준비를 하던 절대절명의 순간,, 눈 앞에 닥쳐온 죽음의 그림자,,시간이 흘러 교전이 없자 무사히 철수하여 귀대한 후의 안도의 한숨.

 

무기고 근무와 수송부의 차량 정비 유류고 경유와 등유 정비 경유로 찌든 반피수갑과 드럼통 통신대는 가설 작업을 나가고,장파리와 문산 아가씨 리비교 남문을 나가면 바로 있는 세기다방과 술집 입맞춤과 큰 유방을 애무하는 손들 실컷 취한 군바리의 곤조와 악쓰는 노래.용주골 선유리(?) 대추벌,-고참들이 가끔 성매매하던 여자들과 교합하던 기지촌들,, 무장구보의 고됨과 인내심 극기 훈련 혹독한 군기와 기합 구타와 집합, 무자비한 군화발의 난타와 개머리판 줄빠따의 고통.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 이름 모를 새의 울음 소리와 꽃들

 

10km완전군장 구보를 하며 악에 받쳐 부르는 군가, "끝없이 넓은 산악 우리 사는 곳 천지를 진동하는 수색대 훈련 오늘도 밀림 속을 헤쳐나간다,아이러브수색수색, I love수색수색,, 내 젊음 바친 수색대애애~~"."검푸른 물결 삼킬 듯 사나와도 나는 언제나 독사같은 사나이 막걸리 생각날 때 흙탕물을 마시고 사랑이 그리울 땐 일만 이만 헤아린다 사나이 한평생 DMZ에다 벗을 삼고 멋있게 살다가 깡다구로 죽으리라 아아 디엠제트 나의 고향 DMZ는 낙원이란다"...그들의 군가는 씩씩하고 거칠고 용맹스러우면서도 일말의 애수를 품고 있는 듯 하다.

 

힘들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 20대 때의 수색대대 군생활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인내와 극기 정신을 길러주고 나를 많이 성장시켜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의 군생활은 여느 이들처럼 추억의 회고담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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