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가 120 』
-은솔 문 현우-
대지 위에 가을이 하나,둘 떨어질 때
시간은 초침을 째깍거리며
순환하는 계절의 섭리에 순응한다.
이 가을에
멀어져버린 기억을 되새김은
타다남은 단풍잎의 낙하와도 같이
깊이 뿌리내린 연가의
저장탱크 속 단편물을 쏟아내어
반추의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함인가.
통증의 흔적이 아물은 상처 부위에
남아있는 기억의 수술 자국들
그 봉합의 꿰맨 자국들을
매듭을 하나,둘 풀어내려는
어리석은 시도는 언제나 종막을 고할 것인가
저기 누런 황금 들판
허수아비는 참새 쫓기에 지쳐버리고
영혼 깊이 적셔오는 먼 곳의 외침 소리
퇴색된 추억의 환부를 헤집으며
무딘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