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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은솔 문 현우-
어허야덩실얼쑤.
날저무는 잔디밭 위에
탈춤 한바탕 벌어졌소
나 이렇게 사물놀이 한마당인지 민속춤인지
오광대놀이인지 잘 모르오만
긴 소매자락 너풀대며
삼박자 춤을 흉내내노라면
진득한 피가 거꾸로
용솟음칠듯 하다오
잉글리쉬리터러춰가 전공이라서
역겨워도 써야하는 꼬부랑 글씨랑
섬나라 족속의 지렁이 기어가는 글씨 따윌랑
저기 타오르는 불 속으로 던져버리고
시나브로 어두워오는 주위와
피부에 서려오는 한기를 떨쳐버리듯
어허야 덩덩 덩더쿵
처음 배우는 춤을 낯선 사람들 앞에 선보이노라면
비로소 대한민국 사람이 된 것같소.
억눌린 천년의 울음 섞인 달이
둥실 뒷산에 떠오르니
우리네 신명나는 귀곡성같은 웃음
손뼉 따라 멀리 퍼지면
흑단 속에 흥겨운 후렴
어허야 덩실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