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병
『 겨울의 병 』 -은솔 문 현우- 파도는 바다 밑바닥을 끌어올려 시퍼렇게 공중으로 치솟아 물거품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소금기 배인 백사장엔 갈매기 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저기 송림(松林)까지 펼쳐진 해안선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해풍이 볼에 차갑게 와닿는다 비릿한 소금내음, 발 밑에 밟히는 조개껍질의 바스락거림. 철 지난 바닷가에는 쓸쓸하기 이를데 없는 풍경이 수를 놓고 점점 어두워가는 수평선 언저리 바람은 차갑게 매서와지고 회빛 하늘에서는 마침내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겨울 바다에 녹아드는 빙설(氷雪). 열차가 멀어져가는 플랫포옴 너머로 떠나온 바닷가에는 내가 남긴 발자국들이 지워져가고 있겠지 희미하게 깜박거리는 불빛들, 겨울의 병(病)도 막(幕)을 드리우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