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 자작시♧ 1575

한겨울의 그리움

『 한겨울의 그리움 』 시: 은솔 문 현우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볼을 스친다 헐벗고 선 나목들 오늘따라 그대가 이렇게 생각남은 어인 연유인가 창 밖 회빛 하늘을 이고 저멀리 그리움만큼한 당신의 얼굴 보고픈 사람의 온기가 스며있을 것같은 사진 속의 미소짓는 모습 부서져내리는 숱한 의미와 사념의 부스러기들 그리움의 성긴 응고체 잿빛 하늘 아래 몸을 움츠리며 떠오르는 형상 하나, 눈을 들어 허공을 보며 그리움을 띄워보낸다.

겨울의 병

『 겨울의 병 』 -은솔 문 현우- 파도는 바다 밑바닥을 끌어올려 시퍼렇게 공중으로 치솟아 물거품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소금기 배인 백사장엔 갈매기 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저기 송림(松林)까지 펼쳐진 해안선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해풍이 볼에 차갑게 와닿는다 비릿한 소금내음, 발 밑에 밟히는 조개껍질의 바스락거림. 철 지난 바닷가에는 쓸쓸하기 이를데 없는 풍경이 수를 놓고 점점 어두워가는 수평선 언저리 바람은 차갑게 매서와지고 회빛 하늘에서는 마침내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겨울 바다에 녹아드는 빙설(氷雪). 열차가 멀어져가는 플랫포옴 너머로 떠나온 바닷가에는 내가 남긴 발자국들이 지워져가고 있겠지 희미하게 깜박거리는 불빛들, 겨울의 병(病)도 막(幕)을 드리우고 있는데......

나 목

『 나 목 』/ 은솔 문 현우 잿빛 하늘 아래 웅크리고 선 나목 깨벗은 채로 살 에이는 바람 맞으며 한기를 묵묵히 삼킨다 옷을 벗을수록 더욱 고독해지리라 적막 뿐인 겨울 일광에 찬연히 피어났던 설화들은 스르륵스르륵 발치에 떨어져내리고 피치카토 음향같은 겨울바람 유리막대 부러뜨리는 듯한 소리가 대지 위를 굴러다닌다 삭풍이 할퀼 때마다 표피는 응축되고 균열되지만 겨울은 매번 단단하게 하는 시련에 불과하다 목질부 깊숙한 곳 태양의 씨앗으로 봄을 기림한다.

겨울날의 애상

『 겨울날의 애상 』/은솔 문 현우 떨어져 누운 눈송이 사이로 기억 언저리를 서성이는 이름 돌아앉은 빛바랜 눈물의 골짜기 시간의 퇴적더미 위로 멍울진 아픔의 상흔이 무너져내리면 잊혀져가는 기억들 사이로 꿈틀거리는 조각난 한숨. 빈 마음그림자 지우며 애지게 살아나는 갈증을 사위려는 몸짓엔 쓸쓸함이 새겨지고 그리움은 말이 없다 보고픔은 말이 없다 눈 그치고 고요가 내린 뜰에 작은 바램 하나로 머무는 바람 시린 내 영혼이 다가가고픈 그리운 너의 그림자.

이렇게 발돋움하면...

이렇게 발돋움하면... -은솔 문 현우- 이렇게 어둠이 접어드는 시각엔 어느새 삶 속에 깃들어진 슬픔이 밀려오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만의 상흔을 안고 당신을 떠올려본다 스토리 속에서 숱하게 상상으로 대해오던 아픔이 거부할 수 없는 기억으로 이렇게 내 가슴에 회한과 파문을 일게할 줄이야... 당신과 내 마음이 어우러지고 분리된 쓰라림의 파편 이렇게 창 너머로 발돋움하면 당신의 모습은 아스라히 먼 곳에서 달려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