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 자작시♧ 1379

이렇게 발돋움하면

『 이렇게 발돋움하면... 』/ 은솔 문 현우 당신이 떠나간 후 어느새 나의 작은 삶 속에 짙게 투영되어버린 슬픔이 이렇게 유리창을 통해 밀려오면 나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없는 나만의 상흔을 안고 더없이 가녀린 마음으로 당신을 마주해야 한다. 이야기,혹은 머언 전설 속에서 상상으로만 대해오던 사랑의 아픔이 거부할 수 없는 기억으로 이렇게 내 가슴에 회한과 파문을 일게할 줄이야.. 그건, 당신과 나의 마음이 어우러지고 분리된 쓰라림의 파편 당신과 나를 맺게했고 헤어지게한 어느 '절대적 힘' 또는 '맹목적 의지'의 장난인가 아니면 神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사슬인가 이렇게 창너머 기억으로 발돋움하면, 당신의 초상은 저멀리 뽀얀 먼지와 더불어 달려오는가.....

사 색

사 색 / 은솔 문 현우 바람이 흙먼지를 몰아오던 날 옷깃을 여미며 바람 속을 거닐면 까닭없이 번지어오는 기억의 궤적들 生은 가까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거리 그만큼의 간격을 두고 때로 닿을 수 없는 거리로 멀어지기도 하고 손 뻗으면 잡힐듯 눈 앞에 와 있기도 했다. 흐르는 물과 같은 세월의 혈관을 도려내어 지나간 날의 아픔을 저며내는 작업, 투명한 이슬로 와닿는 표백된 언어일랑 입가에 번지는 미소로 묻어버리고 먼 강물이 흘러간 후 삶의 평균치를 계산해볼 때 표준편차는 얼마일런지?

무 더 위

무 더 위 -은솔 문 현우- 이마와 등줄기가 땀으로 다 젖는다 거칠 것 없는 폭염의 몸부림 확확 지표에서 치솟는 숨막히는 열기 6월 초순인데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비라도 한줄기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빗줄기가 시원하게 메마른 땅을 적셔주길 바래본다. 그러나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시간은 사그락대며 풍화되어 가고 있다 바람은 언젠가 살갗 깊이 스며들어 강렬한 군단을 무너뜨리고 뜨거웠던 여름은 그리움으로 남을 것임을...

시간의 강이 흐르면...

『 시간의 강이 흐르면... 』/은솔 문 현우 신록이 짙어가는 즈음 그대 느끼는가, 허공의 언저리에서 흩어지는 안개 속 조각난 기억의 아른거림을. 엉겨진 슬픈 추억과 미련 아픔처럼 번지어가는 지난 날들이 꿈틀거리는 끄트머리 조금씩 전보다는 잊혀졌지만 지난 날 함께 하던 곳을 거닐면 가슴 한 켠이 아릿해오고 언제쯤 안그렇게 될까? 숱하게 흔들리는 사랑의 멀미 속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체념, 마주할 수 없는 시간들 이제 그만 안스러워하고 마비되어버린 의식의 통증을 마다하지 말자 남은 기억일랑 조금씩 잊혀져갈테니 세월의 강물 가운데 미래를 기림해야 하리라.

그대를 위한 노래

『 그대를 위한 노래 』 시:은솔 문 현우 그대 거기 서있었는가 칠흙같이 어두운 밤 암초에 걸려 난파한 배의 울음소리 퍼지는 바다에 한줄기 불밝히는 등대로 서 있었는가 암초 때문에 더욱 빛나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면 우리는 生의 무수한 장애물들을 모두 부수어 버려야 한다. 저물도록 괴로왔던 핏톨의 꿈 동요하지 않던 살(肉) 깊은 잠을 자다말고 잠결에 잡는 손 여전히 굳건한 희생의 자취 바람은 더이상 불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