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 자작시♧ 1575

사 색

사 색 / 은솔 문 현우 바람이 흙먼지를 몰아오던 날 옷깃을 여미며 바람 속을 거닐면 까닭없이 번지어오는 기억의 궤적들 生은 가까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거리 그만큼의 간격을 두고 때로 닿을 수 없는 거리로 멀어지기도 하고 손 뻗으면 잡힐듯 눈 앞에 와 있기도 했다. 흐르는 물과 같은 세월의 혈관을 도려내어 지나간 날의 아픔을 저며내는 작업, 투명한 이슬로 와닿는 표백된 언어일랑 입가에 번지는 미소로 묻어버리고 먼 강물이 흘러간 후 삶의 평균치를 계산해볼 때 표준편차는 얼마일런지?

왜 나는

『 왜 나는 』 -은솔 문 현우- 왜 나는 맑은 하늘을 보면 당신이 먼저 생각나는걸까? 10월의 티없이 청명한 하늘 차가운 바람 볼을 스치는데 그려보는 당신의 얼굴 키작은 보고픔의 나무 어느덧 웃자라 영혼 깊히 자리한 당신 왜 나는 눈부신 햇살을 보면 당신이 생각나는걸까?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걸어도 먼저 생각나는 당신, 겨울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면 제일 먼저 당신이 생각나겠지 그건 내가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까닭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