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 자작시♧ 1575

가을산

가 을 산 -은솔 문 현우- 아아, 가을산 바람 불어 가라앉는 山. 높은 곳엔 높아서 인연이 멀고 낮은 곳엔 낮아서 인연이 멀다 바람 불어 가을 속으로 빠져드는 산 질긴 인연의 사슬일랑 떨궈버리고 알몸으로 들어서면 부드럽게 감싸주는 원시인의 고향. 이쪽 봉우리에서 저쪽 봉우리를 바라보면 잠든 그리움은 멀기만 하고 지구만큼 육중한 무게로 자꾸만 하강하는 산 아아, 가을산 바람불어 가라앉는 산.

내 영혼의 부서진 이름

내 영혼의 부서진 이름 / 은솔 문 현우 .....콘체르토 뒤로 내리는 저녁 어스름 황혼빛이 투영되는 내 영혼의 부서진 이름은 슬픔처럼 다가오는 시간의 순환 속에 엉겨진 그리움의 응결체로 녹아들고.... 이어지는 한숨의 그림자가 공중에 흩어진 형상을 감싸올 때 그대, 순백의 고아한 환상은 어느 기억 속의 뒤안길을 헤매이는가. 사랑했던 사람이여 우리 비록 헤어지더라도 아름다왔던 기억은 명멸하지 않는 불티로 남아 밤하늘을 수놓는 폭죽처럼 애증의 바다를 항해하다 표류하는 난파선의 뱃덜미에서 등대불 되리라....

연가 129

, 연 가 129 -은솔 문 현우- 떨어져 누운 낙엽 사이로 기억 언저리를 서성이는 이름 돌아앉은 빛바랜 눈물의 골짜기 시간의 퇴적더미 위로 멍울진 아픔의 상흔이 무너져내리면 잊혀져가는 기억들 사이로 꿈틀거리는 조각난 한숨. 빈 마음그림자 지우며 애지게 살아나는 갈증을 사위려는 몸짓엔 쓸쓸함이 새겨지고 그리움은 말이 없다 보고픔은 말이 없다 어둠이 밀려오고 고요가 내린 뜰에 작은 바램 하나로 머무는 바람 시린 내 영혼이 다가가고픈 그리운 너의 그림자. 

시간의 강이 흐르면...

『 시간의 강이 흐르면... 』 -은솔 문 현우- 가을이 조금씩 깊어가는 즈음 그대 느끼는가, 허공의 언저리에서 흩어지는 안개 속 조각난 기억의 아른거림을. 엉겨진 슬픈 추억과 미련 아픔처럼 번지어가는 지난 날들이 꿈틀거리는 끄트머리 조금씩 전보다는 잊혀졌지만 지난 날 함께 하던 곳을 거닐면 가슴 한 켠이 아릿해오고 언제쯤 안그렇게 될까? 숱하게 흔들리는 사랑의 멀미 속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체념, 마주할 수 없는 시간들 이제 그만 안스러워하고 마비되어버린 의식의 통증을 마다하지 말자 남은 기억일랑 조금씩 잊혀져갈테니 세월의 강물 가운데 미래를 기림해야 하리라.

9월의 연가 2

『 9월의 연가 2 』 -은솔 문 현우- 메마른 잎새가 떨어져내리듯 당신 향한 눈망울에 이슬이 고일 때 한 편의 시를 아픔으로 썼습니다 저녁노을처럼 정겨운 당신의 눈빛 산허리에 번지면 사랑은 투명한 빛 되어 처연히 퍼졌어요 호수에 어리는 물안개를 감싸안으며 당신 향한 그리움 씻어내건만 보고픈 마음에 가슴이 메어와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