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 자작시♧ 1575

판 화

판 화 시:은솔 문 현우 빛바랜 판화가 걸려있는 내실 비오는 날이면 화폭 속의 검은 잉크가 벽면으로 번져 집 전체를 물들이고 나는 웨스트라이프의 노래를 들으며 한 폭의 풍경 속으로 젖어들게 될 것이다 가슴마다 자리잡고 있는 붙박이의 흔적들 지닌 채 그렇게 조용히 숨쉬고 사는지 모른다 아니면 뼈마디에 예리하게 날선 판화를 각인하고 푸른 피를 찍어 한 장씩 우울한 터취의 형상을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 쓰라린 칼자국이 문득문득 드러나는 백지 위에서 춤추고있는 푸른 바람의 발자취들.

가슴 속을 흐르는 시간

『 가슴 속을 흐르는 시간 』 시: 은솔 문 현우 내 가슴 속에 흐르고 있는 시간, 어딘가에서 바람이 외치고 있다 분침과 시침이 빨라지고 있다 상승과 하강 파동곡선 물결에 실려 주기적으로 침몰했다가 일어서는 무희 물은 흘러 피의 정령으로 변하고 있다 기력이 소진되어버린 달이 기울어 계절 속으로 다가오고 미몽의 의식을 일깨우며 지나간다.

연가 137

『 연 가 137 』 -은솔 문 현우- 떨어져 누운 초록잎 사이로 기억 언저리를 서성이는 이름 돌아앉은 빛바랜 눈물의 골짜기 시간의 퇴적더미 위로 멍울진 아픔의 상흔이 무너져내리면 잊혀져가는 기억들 사이로 꿈틀거리는 조각난 한숨. 빈 마음그림자 지우며 애지게 살아나는 갈증을 사위려는 몸짓엔 쓸쓸함이 새겨지고 그리움은 말이 없다 보고픔은 말이 없다 어둠이 밀려오고 고요가 내린 뜰에 작은 바램 하나로 머무는 바람 시린 내 영혼이 다가가고픈 그리운 너의 그림자.

그리움,사랑,그리고 시

그리움,사랑,그리고 시 / 은솔 문 현우 창 밖 회빛하늘을 이고 저멀리 그대의 환상 그리워한다는 것, 삶의 일회적 흐름 가운데 누구가를 알게되어 그리워하고 보고파하고 사랑의 기억들 쌓여 뇌수와 가슴에 부동으로 자리한 후 또 시간은 그렇게 흘러 아픔의 상흔을 어루만지며 혼자서만 용해시켜야할 파편들 영혼의 울림으로 한 편의 시를 쓰고 비내리는 밖을 보는 일 삶이란 그런 것인가, 빗방울은 허공을 메워가는데.....

8월의 연가 2

8월의 연가 2 -은솔 문 현우- 산은 쪽빛 하늘에 오르고 길은 확확 열기 뿜어내는 가운데 물끄러미 얘기하고 나는 연가를 외워 해질녘의 강 은파 온순한 반짝임들 귀를 세우고 나는 이럴때 떨어지고 싶어지는지 저녁놀에 앳되게 머리를 박고 싶어지는지, 푸른 잎새와 나무들, 팔벌려 긴 숨을 들이쉬면 몸채로 바람이 되어 저멀리 있는 너를 향해 날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