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1 2

너에게

『 너에게 』/은솔 문 현우 사랑하는 것은 떠나버린 시간에 남아있는 것인가 저무는 강가에 날개를 접고 흐르는 물 바라보면 떠나간 물과 다가오는 물이 모두 다르다. 사랑은 나 자신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너에게 또다른 시간의 굴레를 씌워주고.. 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이 도시의 밤을 먼 불빛 바라보듯 시선을 던져도 너의 근황을 나는 읽을 수 없구나 모두가 떠나버린 시간의 동굴에는 계절이 떨어지고 보이지않는 어두운 벽에 너를 새긴다.

충 정 로

충 정 로 -은솔 문 현우- 바람부는 날이면 영화 속 주인공같은 옷차림으로 충정로에 가고싶다 신촌을 지나 굴레방다리를 거쳐 아현동에 다다르면 내 어릴 적 기억이 거덜창난 문방구 문 틈으로 이빠진 웃음 지으며 내밀던 노파의 주그레한 손길같이 까닭없이 번져오는 시간의 궤적들을 좇게 만든다. 일전에 비지와 메밀묵,생선 파는 아줌마들의 억센 사투리 섞인 시끌벅적함 위로 녹슨 기관차가 바앙대던 철길은 여전히 양방향의 그리움으로 달리고 빈 공간을 메워버린 숱한 가옥들과 철길 건너편에 켜지던 불빛. 공사장의 철근에 어둠이 물들고 돌아가야할 저녁이 허기진 일상을 재촉할 때 누이의 손목 잡고 돌아서던 날 그 자리는 공터였었다 흙먼지 바람이 부는 북아현동, 약수터 가는 길 따라 오가는 이의 얼굴은 예전과 다르고 유년 시절..